이제 방대한 앨범을 발표해온 이들의 각 작품을 하나하나 벗겨보자.
그리고 맛있게 먹어 버리자.

Misty Morning Clouds In The Sky and Evil Power(1970~1978)
1970. Black Sabbath
영국 판 ‘전설의 고향’ 주인공 같은 무시무시한 여인이 자켓에 등장하는 이들의 데뷔작은 미약했던 락의 불모지 곳곳의 마니아들의 입에서 입으로까지 전해지며, 엄청난 인지도와 차트 진입의 빅히트를 이뤄냈다.(이 앨범은 비틀즈의 ‘Let It Be'와 영국 차트에서 동등한 차트의 위치를 기록했었다.) 데뷔작에서 보인 이들의 사운드는 당시의 락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그루브감과 리듬의 묘미를 선보였다. 어찌 보면, 90년대에야 완벽하게 완성된 ’고딕‘(Gothic)이니, 좀 더 이전의 ’블랙‘이니 하는 장르들과 스래쉬적인 작풍을 이들은 이미 70년대라는 한계적인 상황에서 훌륭히 완성해 냈다.
프레이즈의 전개에 있어 무엇이 어떻게 필요하며, 어느 곳에 무엇이 놓여야 하는 지를 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그레시브한 작법이 돋보인 <Black Sabbath>는 전율 어린 음의 행렬로서 당시의 락계를 잔득 긴장시켰으며, 토니와 기저의 완벽한 트윈 시스템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오지의 파열 어린 몸짓과 보이스 라인은 수 많은 락키드들에게 보다 새로운 라이 브액션을 제시하였다. 묘한 분위기의 하모니카 음에 멤버 모두의 고른 연주가 뒤따르는 <The Wizard>에서는 토니의 기타가 간간히 주법의 다양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빌의 기교 넘친 드럼 박자가 돋보인 <Behind The Wall Of Sleep>은 양쪽 스피커를 양분하여 울리는 오지의 냉랭한 보컬이 각인되다시피 하는 곡이다. 그리고, <N.I.B>. 대표적인 하드 락 비트 위에 좀더 선이 분명한 사운드가 뭉쳐진 곡으로 흡사, 국민가요로 통하는 <미인>을 떠오르게 하는 인상적인 인트로로 그 시작을 보인다. 토니의 굵은 디스토션과 변칙적인 리프가 귀를 파고드는 명곡. 기저의 베이스 라인이 주는 유려함과 곡의 맬로디가 주시할 만한 <Evil Woman>등.
이미 이들은 80년대 후반부터 박차를 가했던 수많은 헤비 메탈 밴드들의 테크닉을 이 한 장의 앨범에서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선각자적인 음의 완성인 본 작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Perfect‘ 그 자체다.
1970. Paranoid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흐린 전력(戰力)을 보이고 있는 한 병사의 당황스런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앨범에서 타이틀곡인 <Paranoid>가 먼저 눈에 띈다. 딥 퍼플(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과 함께 헤비 메탈 역사를 대표하는 완벽한 진행을 보인 곡으로 평가 받고 있다.
첫 곡으로 등장하는 <War Pigs>는 데뷔작의 명곡들을 잇는 선상의 의미 있는 곡으로 오지의 냉소적인 보컬과 기저의 육중한 베이스 음이 제대로 맞물린 드라마틱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2집에서의 하이라이트는 <Planet Caravan>과 철의 음악으로 통하는 <Iron Man>. 이 두 곡은 솔로로 독립한 오지 오스본의 라이브에서도 주 레파토리로 등장하던 곡인데, ‘과연 오지’라는 찬사가 나올만한 넘버다.
눈 여겨 볼 점은 토니의 진한 아밍 톤이 이끌어내는 기타 음이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지휘하는 듯한 그의 기타는 무척이나 어두운 톤을 발산해내고 있으며, 기저의 베이스는 저돌적인 탁음을 실어내고 있다. <Hand Of Doom>은 토니의 기타 톤과 어울려 곡의 흐름을 매우 암울하게 이끄는 오지의 보이스가 눈에 띄는 사운드를 담고 있다. 빌의 드러밍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연주를 보이는데, 이는 <Rat Salad>에서 보인 그의 심플한 드럼 솔로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한때 국내에 라이선스로 발매되면서 곡 내용의 포악성으로 전면 금지곡에 휩싸이기며 헤프닝을 겪었던 작품이다. 운명(運命)과 암창(暗窓)의 신비감을 멤버 모두의 출중한 실력으로 이루어낸 본 작은 분명코 헤비 메탈 사에 길이 남을 명반이다.
1971. Master Of Reality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흐린 전력(戰力)을 보이고 있는 한 병사의 당황스런 모습을 담고 있는 전작 [Paranoid]를 통해 블랙 새버쓰는 자신들이 쓰기 시작한 헤비메틀의 신화를 확고하게 이어 나올 수 있었다. 운명(運命)과 암창(暗窓)의 신비감을 멤버 모두의 출중한 실력으로 이루어냈던 전작을 이어 1971년에 발표된 [Master Of Reality]는 1, 2집의 차트 순위보다 월등한 기록인 앨범 차트 8위까지 올랐던 작품이다. 이 기록은 2013년 원년 멤버의 재결성 작품으로 화제가 되며 앨범 차트 1위에 올라섰던 [13] 이전까지 최고 랭크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4집 앨범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본 작은 블랙 새버쓰에게 최초로 선 주문이 들어온 앨범이며, 영국과 미국, 캐나다에서 특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앨범의 오리지널 트랙은 8곡이며, 미국반에는 3곡이 추가되어 발매되었다. 그리고 2009년 발매된 디럭스 에디션 앨범에는 각 트랙의 데모 버전과 인스트루멘탈 버전 등 다양한 형식으로 변형된 트랙이 추가되어 총 17곡을 수록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 이채로운 점은 거친 기침소리로 시작되는 앨범 플레이의 출발을 이어 트랙 사이에 수록된 인스트루멘탈 ‘Embryo’와 ‘Orchid’ 등의 삽입에 있다. 블랙 새바쓰는 이러한 시도를 이후에도 간혹 시도하며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의 역량을 부분 과시해 나오게 된다. 첫 곡 ‘Sweet Leaf’의 스피디한 전개는 멤버 전원의 고른 기량이 함축된 곡이다. 그루브감이 풍성한 넘버 ‘Children Of The Grave’는 토니와 기저의 트윈이 실로 엄청난 에너지를 뽑아내고 있는 곡으로 헤비메틀의 정석을 완벽하게 구사한 트랙으로 꼽힌다. 이 곡은 수많은 아마추어 그룹들에 의해서 리메이크되었으며, 1994년에 제작된 이들의 트리뷰트 앨범 [Nativity In Black]에서 그룹 화이트 좀비(White Zombie)가 헌정하기도 했다. 한 가지 이채로운 사실은 이 헌정 앨범 가운데 ‘After Forever’, ‘Lord of This World’ 등 총 4곡이 3집 앨범인 본 작에서 발췌되었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이 헌정 앨범은 2000년과 2003년 지속적으로 발매되었다. 토니의 여유로운 아르페지오 기타 음이 황홀하게 다가오는 ‘Orchid’는 감상자를 그윽한 공간에 담아내는 듯 수려한 연주곡이다. 그리고 무거운 연음을 뽑아내는 토니와 빌 워드의 단단한 비트가 양산해낸 또 다른 수작 ‘Lord Of This World’와 ‘Solitude’의 패턴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다. 오지 본연의 음산한 저음 보컬과 토니와 기저의 우수 띈 사운드는 새로운 블랙 새바쓰 음악의 전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청사진은 ‘After Forever’와 ‘Into The Void’ 등의 트랙에서도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앨범 발매 직전 토니 아이오미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장 완벽한 헤비메틀을 완성했다.”고 밝힌 것처럼 [Master Of Reality]는 블랙 새바쓰가 향후 전개할 음악적 방향을 확실하게 제시한 명반이다. 또한 블래 새바쓰의 전체 앨범 가운데 무게감이 가장 큰 앨범으로 기록되고 있는 [Paranoid]와 같은 선상에서 이 앨범은 둠메틀과 고딕메틀, 스토너, 슬러지 메틀 등 많은 헤비메틀의 하위 장르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