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선 도끼의 파열과 진동
The Choppers
2013년 대한민국 헤비메틀 씬이 연초부터 풍성하게 번지고 있다. 여러 공연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해외 유수의 그룹들이 순차적으로 내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씬 자체가 그 어느 때보다 들썩이며 바쁘게 전개되는 즈음이다. 더해서 최근 정식 데뷔를 이룬 대형 그룹 차퍼스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훌륭하다.’ 국내 최고의 공격형 기타리스트, 윤두병의 다이나믹한 리프와 각기 실력있는 멤버들의 조합이 돋보인다. 보이스 라인이나, 멜로디 패턴이 지금까지 나왔던 그 어느 동 계열 음악보다 새롭게, 그리고 다채로운 각을 그리는 음악으로 표현, 준비되고 있다.
Choppers의 등장과 그 의미
그룹 차퍼스(The Choppers)의 이미지는 아메리칸 커스텀 바이크를 보는 듯 하다. 사전적으로 ‘커다란 소리를 나타내는’ 의미로서 헬리콥터와 바이크의 배기음, 그리고 기관단총의 발사음과 도끼로 고기를 내리치는 소리를 뜻한다. 특히 바이크로 비교해보자면, 마력보다 토크가 센 엔진을 연상시킨다. 이들의 음악적 지향점은 미국 헤비락의 리프를 바탕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 영국 헤비메틀보다 템포와 리프 패턴이 규칙적이지 못한 정통 미국 헤비메틀의 미들 템포와 리프의 출렁임을 자신들만의 표현력으로 담아내는데 중점을 두었다. 최초 차퍼스는 현재의 멤버들을 만나기 전 ‘H.I 차퍼스’로 시작할 뻔 했다고 한다. 당시 멤버로 언급된 이는 그룹 홧(What)의 이상훈과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의 이용원이었으며, 그룹명은 ‘홍익’ 차퍼스의 약자였다고. 차퍼스의 본격적인 결성은 2009년 프런트맨 윤두병이 나티(Naty)에서 크래쉬(Crash)로 이적하는 시기에 구상되었다. 당시 윤두병은 나티의 2집 앨범에 수록될 곡을 여러 곡 준비했었는데, 아쉽게도 나티의 음악적 지향점과 맞지 않아 차후에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곡들이 중심이 되어 2012년 중반부터 속도를 내면서, 보정 작업을 거쳐 차퍼스를 결성하게 되었다. 현재의 각 멤버들은 이전 속해 있던 곳에서의 음악보다 더 큰 소리와 짜임새를 표현해 내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윤두병이 그룹 차퍼스에 보다 빠른 행보를 이었던 이유는 또 하나 있다. 2012년 12월 16일 역사적인 공연으로 기록되고 있는 ‘송설 X 파고다’ 공연에서 윤두병은 자신의 스승인 크라티아(Cratia)의 이준일과 함께 한 무대에서 서게 되었다. 이 날의 감동은 관객은 물론 윤두병 스스로에게도 차퍼스의 데뷔를 좀 더 앞당겨야 한다는 계기를 부여했다. 시기의 타당성을 분명하게 감지한 것이다. 본인 스스로 당시의 느낌이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게스트로 섰던 무대보다 더욱 흥미로웠다.’는 말은 차퍼스의 음악을 통한 교감에 나름의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차퍼스는 어찌 보면, 프로젝트 성향의 그룹이라 할 수도 있다. 윤두병은 크래쉬와 병행한 활동을 이을 것이라고 전하며, 드럼 김선규 역시 스래쉬메틀 그룹 크로스본즈(Crossbones)와 활동을 함께 해 나갈 예정이다. 물론 스쿨즈(School’s) 이후 여러 프로젝트를 거쳐 차퍼스에 안착한 기타 이상철과 버즈(Buzz) 출신으로 오랜만에 씬에 등장한 베이시스트 신준기는 차퍼스의 정식 멤버로써 자리를 든든히 지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국내 헤비메틀 씬의 넓어진 연대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본연의 팀 외에도 단발성 프로젝트나 일정별 게스트 참여 등을 통해 보다 유연해진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Choppers의 음악
차퍼스의 음악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놀라는 점은 윤두병이 보컬을 담당했다는 점이다. 포지셔닝 자체에 신선함도 있지만, 윤두병만의 발성과 러프한 창법이 인상적이다. 굳이 하이톤으로, 또는 그로울링 등의 스케일을 구사하기 보다는, 차퍼스 본연의 음악적 기취와 메시지 전달을 위해 가창자 스스로의 솔직한 발성과 창법이 정직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윤두병은 사실 코러스 경험 외에는 마이크를 잡아 본 적이 없는데, 차퍼스의 리프가 정박작로 플레이되는 곡이 거의 없어서 노래를 같이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다고 한다. 이는 일단 성공적이라 할 수 있으며, 이들의 곡을 접한 이들에게 기대 이상의 반응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보컬 포지셔닝은 기대 이상이며, 차퍼스에게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로 자리하게 되었다.
멤버들 스스로 블랙 라벨 소사이어티(BLS)와 다운(Down), 프라이드 앤드 글로리(Pride & Glory)의 음악적 교감을 기초로 한다는 차퍼스의 음악은 때 이른 판단일지 몰라도, 분명한 히트와 성공적인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다. 매니아들 스스로 편안한 감상을 위한 육중하면서도 두툼한 사운드를 지향한다. 앨범 발매는 5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퍼스의 음반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리고 멤버 전원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진 바, 10여 곡을 꽉 채워서 정규 앨범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현재 전 곡에 대해 기획과 레코딩의 디테일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차퍼스의 음반은 H2O의 소셜 펀드형 제작 배경을 모델 삼아 십시일반의 미덕이 기대되는 텀블버그 펀드 식으로 진행한다. 아티스트와 제작사, 그리고 유통사와의 부담스러운 흐름보다는 조금 더 안정되고, 연동될 수 있는 방식을 택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차퍼스의 음악과 메시지는 산야에 묻혀 자신을 보듬으며 속세와 세속 속에서 고뇌하는 수도승의 ‘현실을 향한 외침’을 연상시킨다. 차퍼스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hichoppers) 페이지를 통해 총 4곡의 데모 곡이 1월 말 경 공개되었다. 데모임에도 질적 우위 뿐 아니라, 음악적 정의에도 순도 높은 힘이 엿보인다. 전체적으로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미디엄 템포를 기반으로 그루브한 각의 고저가 높은 리듬감에 시종 육중한 기타 리프 사운드를 덧씌워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비리가 판치는 정치에 대한 차퍼스의 외침으로 비트와 멜로디의 교차점이 기타의 프레이즈 전개와 함께 매력적으로 진행되는 ‘여의도 소야곡’.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이며, 한 차례의 무대에서 관객들을 열광에 빠뜨렸던 ‘날개를 펴라’는 힘든 세상, 사회의 시스템이 바뀌질 않는다면 개인의 긍정을 키워야 조금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곡은 날렵한 트윈 기타의 프레이즈, 그 선 위를 정교하게 나열되는 메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공개된 데모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전개와 멤버 전원의 연주 실력이 육중하게 실린 ‘추락하는 별’은 청소년들의 가정과 학교에서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고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한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기다려’는 발라드 형식을 빌려 연출되었다. 본 앨범에 스트링 트랙이 더욱 보강된다면, 오래도록 기억될 넘버로 기대된다.
즈음 차퍼스는 많은 곳에서 공연 섭외가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3월 24일 프리즘홀 1주년 공연 외에는 당분간 라이브는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앨범 발매를 목표로 두고 있는 가운데 많은 라이브를 소화한다는 것은 자칫 그룹 활동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앨범 발매를 전후해서는 확실한 폭풍 공연으로 보다 많은 관객들 앞에 나설 계획이다. 올 여름 각종 페스티벌에서 차퍼스의 에너지가 확실히 분출되고, 관객들은 이들의 모습에 열렬한 환호와 환희의 순간을 간직하게 될 것으로 필자 역시 큰 기대를 걸어 본다.





덧글
풀어야 할 오해나, 확인해야 할 부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잘 마무리 해 주셨으면 싶네요.
두 팀, 어찌 보면 두 분 모두 대한민국 헤비메탈 사에 소중한 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