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성(聖聲)의 메아리 - 12회
숨겨진 스래쉬메틀의 명반을 찾아서

Laaz Rockit [Annihilation Principle](1989)
마이클 쿤스(Michael Coons)와 에어론 젤룸(Aaron Jellum)이 주축이 된 라즈 라킷(Laaz Rockit)은 스래쉬메틀의 정통성 안에서 절제있는 사운드와 드라마틱한 멜로디가 돋보인 그룹이다. 그룹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영화 ‘The Enforcer’에서 나오는 최신식 악기 'Light Antitank Weapons System Rocket'에서 힌트를 얻어 지었으며, 클리프 버튼(Cliff Burton)의 죽음 이후 베이시스트 윌리 레인지(Willie Lange)는 제이슨 뉴스테드(Jason Nested)와 메틀리카(Metallica)의 새로운 베이시스트 오디션에서 경합을 벌였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이 초기에는 팝메틀 사운드를 구사했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센스. 왜냐? 이들 음악은 끝내줬기에.
스피드와 하드코어를 기반으로 하는 스래쉬메틀의 정형화된 사운드, 그리고 파워메틀적 요소까지 가미해서 빅4 이외 그룹 중에서 가장 흥한 인기를 얻어냈던 그룹이 바로 라즈 락킷이다. 1982년 고등학생 보컬리스트 마이클 쿤스를 중심으로 결성된 라즈 라킷은 1984년 타겟 레코드와 계약을 하고 데뷔 앨범 [City's Gonna Burn]을 발매하며 안정된 시작을 이룬다. 특히 1987년 작품 [Know Your Enemy]를 통해 확고부동한 인지도를 쌓게 되었다. 그러나 라즈 라킷의 가장 큰 수작으로 꼽히는 앨범은 1989년 이니그마 레이블에서 발매된 4집 [Annihilation Principle]이다. 기타 리프의 정교함, 베이스와 드럼의 큰 울림, 보컬의 깔쌈함은 순도 100% 스래쉬메틀로 가득 담겨져 있다. 이 점은 첫 곡 ‘Fire In The Hole’과 'Mob Justice'에서부터 쏜살같이, 또한 정겨운 리프 패턴으로 시작된다. 완급 조절의 탁월함이 매력적인 ‘Chain Of Fools’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대작 ‘Shadow Company’의 변칙적인 곡조를 이어 스래쉬메틀의 뿌리를 알 수 있는 넘버 ‘Holiday In Cambodia’가 뒤를 잇는다. 이 곡은 데드 케네디스(Dead Kennedys)의 곡을 리케이크한 것으로 스래쉬메틀의 고전으로 통하는 넘버다. 드럼과 리프의 경쾌한 톤이 돋보이는 'Bad Blood', 그리고 테스타멘트(Testament)의 초기 발라드 'The legacy'를 연상시키는 'The Omen’은 강력한 디스토션과 중반부에 이어지는 다채로운 프레이즈가 인상적이다. 2005년 재결성되어 활동중인 라즈 라킷의 음반은 한동안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었다. 초기 걸작 [Know Your Enemy]와 [Annihilation Principle] 음반은 'Old Metal Records'에서 CD로 재발매되었으나, 그 수량마저 모두 판매되어 더욱 고가를 웃돌았다. 그러던 중 2009년 'Massacre Records'를 통해 DVD까지 포함된 앨범으로 재발매된 바 있다.
Gama Bomb [Citizen Brain](2006)
2000년대 초반부터 그 어느 헤비메틀 장르의 움직임에도 동요하지 않은 채 급진적인 흐름을 타기 시작한 '스래쉬 리바이벌' 붐은 1980년대 중후반의 스래쉬메틀을 노골적으로 복각하고 더욱 타이트한 곡구조로 이루어졌다. 신진 그룹 중 대형 그룹으로 성장한 무니시팔 웨이스트(Municipal Waste)의 등장 이후 메이저급 레이블들이 이 흐름을 타고 있는 신진 그룹을 대거 계약을 맺어온 때도 있었다. 물론 잔잔한 물결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지만, 그 흐름은 매우 반갑다 할 수 있다. 브라질의 바이올레이터(Violator)와 이탈리아의 알코홀라이저(Alkoholizer)와 같이 올드스쿨 성향의 스래쉬메틀 밴드가 각광을 얻어내고 있는가 하면, Evi
lle이나 Havok처럼 모던한 사운드를 덧씌운 팀들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이는 곧 전성기 스래쉬메틀 씬보다 다채롭고 넓은 장르의 음악으로 스래쉬메틀 자체가 무장되고 확장되어 나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드 스쿨 밴드들과 몇 가지 차이점을 갖는 가마 봄브(Gama Bomb)의 음악은 포그 오브 워(Fog Of War)와 같은 파워메틀과의 교감을 이루는 진보된 스래쉬메틀의 기운마저 전달된다. 2002년 아일랜드에서 결성된 가마 봄브는 영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래쉬메틀 그룹이다. 최초 데모앨범 [The Survival Option]과 두 번째 데모앨범인 [Fatal Mission]을 선보이며 많은 공연을 진행해 나왔다. 데뷔 당시 공연에서 보컬 필리(Philly Byrne)은 성직자, 해적 등의 복장과 무대 액션으로 눈길을 끌었으며, 1980년대 TV 쇼인 ‘틴에이지 무턴트 닌자 터틀스’의 주제곡을 자주 연주하며 이채를 더했다. 이들은 대놓고 좀비와 핵전쟁, 닌텐도 전자오락, 외계인과 TV 만화영화 등의 콘텐츠를 음악의 소제로 삼는다. 데뷔앨범 [Citizen Brain]의 ‘Zombie Blood Nightmare’와 ‘Hammer Slammer’는 신선하다. 마구 널부러지며 뛰어 달리는 스피드와 착착 감기는 스래쉬 미학의 정돈된 연주는 맛깔스럽기에 그지없다. 살벌하게 쏟아지는 리프의 홍수와 묵직한 투베이스의 견고함은 스래쉬메틀의 뚜렷한 골격을 이루고 있다. 가마 봄브는 지난 3월 통산 4집 [The Terror Tapes]을 AFM Recors를 통해서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크레이들 오브 필쓰(Cradle Of Filth)와 스태핑 그라운드(Stamping Ground)의 앨범 작업을 담당했던 스콧 앳킨스(Scott Atkins)가 프로듀서로 참가했으며, 이전 작품들의 연장선에 있는 듯 정통 스래쉬메틀의 정연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여전히 이들의 음악은 귀엽다.




